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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정선의 광부 마을에서 하루 살아보기’

by 다나튜터 2025. 4. 21.

전라북도 고창은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깊은 역사와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성곽 도시이다. 조선 시대의 고즈넉한 정취를 간직한 고창읍성을 시작으로, 골목마다 펼쳐지는 예술적 감성과 정겨운 풍경, 그리고 입맛을 사로잡는 제철 음식까지—고창은 느리게 걸을수록 더 큰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고창의 숨은 매력을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천천히 들여다보려 한다.

석탄의 향기 속으로 – 정선 광부 마을 첫걸음

‘강원 정선의 광부 마을에서 하루 살아보기’
‘강원 정선의 광부 마을에서 하루 살아보기’

강원도의 깊은 산자락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정선의 광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시절, 수많은 광부들이 땀과 삶을 갈아 넣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곳이다. 석탄은 더 이상 주요 에너지원이 아니지만, 그 시절의 흔적은 이 마을 곳곳에 깊이 배어 있다.

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오래된 광산촌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들과 조용한 골목길이다. ‘삼탄아트마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단장된 폐광은 이제 예술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바뀌어 있다. 하지만 이곳을 걷다 보면 여전히 과거의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다. 곳곳에 남겨진 작업복, 석탄 수레, 그리고 오래된 사진들은 말없이 광부들의 하루하루를 들려준다.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나는 단순히 관광객이 아니라 이곳의 일원으로 하루를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손수 만든 된장찌개와 밥 한 공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평범하지만 정겨운 한 끼는 마음까지 따뜻하게 데워줬다. 광산에서 일하던 시절을 기억하는 어르신들과 나눈 짧은 대화는, 내게 정선이라는 지역을 단순한 관광지 이상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땅속 300미터의 삶 – 광부의 하루 체험

정선 광부 마을에서는 직접 광부의 하루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정암광업소 체험장’은 실제 광산을 재현해 놓은 공간으로, 참가자들은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갱도 속을 따라 들어간다. 땅속 300미터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그 길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라,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밟았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여정이었다.

갱도 안은 어둡고 습했다. 조명 하나에 의지해 발을 내딛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긴장감을 요구했다. 입구에서 받은 광부 헬멧이 무겁게만 느껴졌고, 갱도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 등 뒤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은 과거의 광부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했는지를 직접 체감하게 해주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오니, 갑자기 햇빛이 그렇게 고맙게 느껴질 수 없었다. 땅속에서 보낸 30분 남짓한 시간은 마치 몇 시간을 보낸 듯한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그제야 비로소 ‘광부의 하루’가 얼마나 고되고 값진 삶이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캔 석탄 하나하나가 단지 에너지원이 아니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한 눈물과 희생의 결정체였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 냄새 나는 마을 – 정선의 진짜 매력

정선의 광부 마을에서 가장 큰 매력은, 사실 눈에 보이는 광산 시설이나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람’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이 많았다. 오랜 시간 광산과 함께 살아온 이들은 외지인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고단한 나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웃음과 희망, 그리고 공동체의 소중함이 담겨 있었다.

한 할머니는 폐광 이후 마을이 한동안 침체되었지만, 지금은 문화와 예술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밝은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그 분의 말처럼, 광부 마을은 과거의 아픔을 끌어안고도 현재를 살아가는 힘을 지닌 곳이었다. 마을에서는 매달 작은 시장도 열리고, 지역 아이들이 참여하는 공연도 진행된다고 한다. 이처럼 마을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가족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밤이 되자 마을은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 고요함 속에는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 사람들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빛 아래, 나는 다시 이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이곳. 정선 광부 마을은 내게 ‘기억에 남는 하루’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