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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 성곽 도시의 숨겨진 매력

by 다나튜터 2025. 4. 19.

조용한 성곽 도시, 전북 고창. 화려하진 않지만 걷는 길마다 역사와 자연, 사람의 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곳이다. 고창읍성의 굳건한 돌담부터 골목길 속 감성 공간, 그리고 제철 음식이 주는 따뜻한 위로까지 숨겨진 고창의 매력을 지금부터 하나씩 소개해 보려한다. 느리게 걷고 깊게 느끼는 여행, 함께 떠나보자!

 

고창읍성, 걸어서 느끼는 천년의 시간

‘전북 고창’ 성곽 도시의 숨겨진 매력
‘전북 고창’ 성곽 도시의 숨겨진 매력

전라북도 고창에 발을 들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고창읍성이다. 조선 중기에 축조된 이 성곽은 나라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어 거점이자, 당시 백성들의 삶을 품었던 공간이었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바라본 풍경은 단순한 ‘유적지’ 그 이상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나지막한 산세와 고요한 마을의 조화는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았고, 성벽을 타고 흐르는 시간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고창읍성은 타 지역의 성곽들과 달리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어, 실제로 성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것이 가능하다. 전체 둘레는 약 1.7km, 걷는 데는 천천히 둘러봐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마주하는 풍경은 매우 다채롭다. 어느 구간에서는 소나무 숲을 지나고, 어느 구간에서는 마을의 지붕들을 굽어보게 되며, 또 다른 구간에서는 멀리 고창 평야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 성곽은 ‘민초들이 함께 쌓은 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조선시대 일반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쌓은 성이라 하여, ‘모양성’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도 전해 내려오는 공동체 정신과 이웃 간의 끈끈한 정이 깃들어 있다. 아침 이른 시간에 이곳을 걸으면, 지역 어르신들이 운동 삼아 걷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조차 이 성곽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고창읍성의 묘미는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지는 그 공간 속에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오래된 시간을 음미하게 된다. 성벽 위를 걷는 그 발걸음 하나하나가 마치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진다.

 

고창의 골목길, 일상 속의 고요한 예술

고창은 단지 성곽 하나만으로 기억되기엔 너무 아까운 도시다. 성 안팎을 둘러보면,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고 감성적인 골목길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특히 읍성 안 마을은 오랜 세월을 머금은 한옥들과 담벼락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골목골목마다, 고요함 속에 자리한 삶의 흔적과 소소한 예술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걷다 보면 작은 갤러리나 공방도 종종 눈에 띈다. 고창의 도예가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간, 전통 방식으로 한지를 만드는 체험장 등, 이곳의 골목은 단순히 지나치는 길이 아닌 하나의 작은 문화 공간이다. 게다가 지역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꽃길과 담벼락 그림들은 그 어떤 유명 관광지보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뿜어낸다.

어느 한 골목에서는 마치 시골 외갓집을 떠올리게 하는 마당이 펼쳐졌다. 고양이가 느긋하게 낮잠을 자고 있고, 그 앞에는 오래된 장독대가 햇빛을 머금은 채 줄지어 서 있었다. 그 순간, 이 도시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흐른다는 것을 실감했다. 번잡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정서가 고창의 골목마다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고창의 골목길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지만, 천천히 걸으며 생각에 잠기기에도 좋다. 과거와 현재, 전통과 일상이 공존하는 이 골목들은 ‘성곽 도시 고창’의 또 다른 얼굴이다. 숨겨진 예술과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고창은 너무나 매력적인 여행지가 된다.

 

맛으로 기억되는 도시, 고창의 제철 음식들

고창을 여행하며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맛’이다. 전라북도는 본래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고창은 그중에서도 특히 지역 특산물의 신선함과 전통 조리법이 잘 어우러진 고장이었다. 특히 봄철에 방문하면 제철 나물이 가득한 밥상부터 해산물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풍천장어다. 고창의 동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서 자란 풍천장어는 육질이 쫀득하고 고소하다. 숯불에 구워내는 장어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한입 베어물 때마다 고창의 자연이 입안 가득 퍼지는 느낌이 든다. 여기에 직접 담근 간장 소스나 된장쌈장이 곁들여지면,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하나의 예술이 된다.

이 외에도 고창에서는 복분자, 고창 수박, 청보리쌀, 풍천김 등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장류나 밑반찬은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지역 시장이나 작은 식당에서 판매하는 밥상은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과 맛이 담겨 있어 오히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는 고창의 전통 찻집이나 디저트 카페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옥을 개조한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여행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준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뜻한 유자차 한 모금은, 고창이라는 도시가 왜 '천천히 음미해야 할 곳'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